아름다운 동행(1)

-

빛나지 않는 별은 없다.
빛나는 때가 다를 뿐

대통령의 花童에서 소년원 징계 대상 · 임시퇴원자
그리고 이제 자원봉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예비 여대생의 이야기입니다.


이미지


“아플텐데...참을 수 있겠냐?” 물으시는 선생님의 말씀에, “네...참아야죠. 선생님. 제가 왜 바보같이 문신을 했을까요?” 연우가 조용히 대답했다. 약속했던 부분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소리없이 지워주신 재능기부 선생님. 선생님도 아실 것이다. 지금 지워주고 계신 것은 연우가 새겨놓은 마음의 문신이라는 것을...


17세 어린 소녀, 정연우(가명)
연우는 자신보다 더 아픈 사람을 위한 간호사 같은 봉사자가 되는 것이 장래희망인 임시퇴원 보호관찰 학생이다.
국내 유수의 ○○회사 해외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외국에서 수년간 생활하면서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한때는 대통령 방문 시, 화동(花童)으로 뽑혔던 작고 예쁜 아이 연우는 한국으로 돌아와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시간. 부의 실직으로 한국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고, 마구잡이식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부를 피해 장기가출을 하면서 연우의 몸에는 문신이 하나씩 새겨졌고 문신을 새겨 넣은 순간만큼 비행도 하나씩 늘어갔다.
부에게 당한 폭력을 다른 이에게 토했고 모에게 받은 냉대는 사회에 답습했다. 긴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았고 그 종착지는 소년원이었다.


소년원, 보호관찰소
‘10호’
판사님의 처분에 죽고싶다는 생각말고는 아무 생각이 들지않았다던 연우,
하지만 그 작고 예쁜 아이 연우는 A소년원 장지훈(가명) 선생님을 만나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는 법을 배웠고 자격증을 하나씩 취득하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자기 자신보다 사회에 남겨진 동생을 더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도 만들었다.
길었던 소년원 생활을 끝내고 두려운 첫 발걸음을 사회에 내딛는 순간에도 연우의 손을 잡고 부모를 대신하여 B보호관찰소에 함께 와주신 소년원 선생님과 이곳 B보호관찰소에서 연우의 손을 이어잡아 문신을 지우러 다녔던 정민우(가명) 계장을 만나면서 연우의 문신은 마음과 몸에서 하나씩 지워져 갔다.

“연우야. 너는 참 복이 많은 아이구나”
정민우 계장은 텔러마케터 일이 끝나고 힘들게 출석하던 연우에게 언제나 긍정적 메시지를 건냈다.
“소년원 선생님이 보호관찰소에 함께 와주는 경우를 많이 보지는 못했거든. 여기까지 내려오셔서... 연우는 정말 소년원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났구나. 우리도 잘 해보자. 좋은 인연으로.”

출장 다녀와 본인조차 몸이 힘들 법도 한데, 믿음직한 후배는 일하고 있는 연우를 위해서 묵묵히 야간출석을 기다려줬다. 임시퇴원자로 주 1회 출석을 해야하는 연우를 위해 조용히 자신을 희생하는 후배 계장이 대견하고 믿음직스러웠다.
늦게까지 일하고 출석하는 연우에게 격려와 지지를 부족함 없이 전하고 대학진학을 안내하고 자신없어 하는 아이를 위해 “너니까. 할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포기만 하지말자.”라며 자신감을 주는 상담지도도 함께했다.

늦게까지 혼자 고생하는 후배 계장을 보며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던 때, 나와 연우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길을 주신다는 믿음으로
문신이 많은 아이 연우, 연우의 문신제거를 고민하는 후배계장.
후회하고 있는 소년들을 위해 소년관찰 주무계장으로 재능기부, 보호관찰위원, 경제구호활동 등 여러 파트를 총괄하고 있었으나 문신제거를 위한 피부과 재능기부는 아무도 선호하지 않았기에...더욱 난감한 상황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길을 주실 것이다.’ 라는 믿음으로 관내 피부과 병원을 뚜벅뚜벅 찾아가기 시작했다.
출장을 다닐 때마다, 눈에 보이는 피부과 병원을 한 곳씩 방문했다. 취지를 설명하고 보호관찰 학생들을 위해서 재능기부를 할 것을 권유, “생각해보겠다.”는 영혼 없는 대답을 듣기를 수십 차례.

드디어 연우의 문신을 지워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연우를 시작으로 제2의 연우, 제3의 연우의 마음과 몸에서 문신을 지워주고 계신 ○○피부과 의원 ○○○ 의사 선생님.
조용한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원하시며 현재까지 B보호관찰소의 여러 학생에게 문신을 제거해주시고 있는 ○○○선생님께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하반기 인사이동 후, 연우와 병원을 찾은 나는 간호사가 되고자 하는 연우의 꿈을 응원하고, 아이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의사 선생님께 더 송구한 부탁을 드렸다.
“아이가 간호사가 되고 싶어합니다. 환자가 간호사의 문신을 보면 여러 감정이 들 것이니 외부로 노출된 부분의 문신을 조금만 더 지워주실 수 있는지요?”

얼마나 염치없는 부탁인가? 환자가 밀려있는 진료대기실을 보면서도 나는 아이를 위해서 염치를 잠시 관찰소 냉장고에 넣어두고 와야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연우의 보호자가 ‘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후배직원이 잘 지도했던 아이가 선생님의 부재로 인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은 마음에서...


예비 여대생
연우는 대학입학 원서를 모두 4곳에 접수했다.
본인의 꿈인 간호사가 되기 위해 간호보건학과 한 곳 과 119 구급대로서 봉사를 할 수 있는 소방행정학과 2곳, 청소년 봉사를 위해 청소년학과 1곳, 총 4곳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고 졸업까지 공부할 수 있는 여건도 중요했다. 아이들에게 대학진학지도를 하면서 조금은 생소한 도립대학교를 소개했고 국가장학금 등 대학진학 관련 장학금제도까지 두루두루 공부했다.
특히 C대학 소방행정학과는 소방공무원 경채 자격을 부여하여 출신학과 졸업생에게 영어시험 면제라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상담하여 연우 등 2명이 지원하였다.

대학진학상담, 청소년증 발급, 검정고시 합격증 출력, 지원서 작성, 대학캠퍼스 투어, 현장 접수, 소장님의 면접 지도 등...
대학 합격자를 배출하기 위한 B보호관찰소 소년관찰의 체계적 접근의 결과가 10월 23일 첫 발표로 확인되기 시작하였다.

연우가 지원한 2곳의 대학 합격 확인 결과, 간호보건학과는 불합격, 소방행정학과는 예비 합격, 나머지 2곳은 발표를 더 기다려야 한다.
“예비 합격인데... 어렵겠죠? 대학가기 너무 힘드네요. 계장님.” 의기소침해진 연우.

나는 정 계장 몫까지 합쳐서 큰 소리로 대답한다. “길이 있을 거야. 연우는 복이 많은 아이니까. 여대생 되는 모습 꼭 지켜 볼 테니. 서로 노력해보자. 포기하면 안 된다. 예비 여대생 정. 연. 우.”

빛나지 않는 별은 없다. 반짝이는 때가 다를 뿐
B보호관찰소 출퇴근 5년째, 퇴근 무렵 ○○역 1388 램프 광고 문구를 볼 때마다 나는 연우를 비롯해 B보호관찰소에 있는 286명의 별을 생각한다.
한 녀석 한 녀석 언제 반짝일지 모르는 그 별 들을 떠올리며 1388 광고문구를 혼자 되새겨 본다.

빛나지 않는 별은 없다... 반짝이는 때가 다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