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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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위한 빼빼로 선물


11. 11. ‘빼빼로데이’를 맞아 스승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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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일과에 맞춰 직업훈련관으로 이동하는 학생들 사이로, 정호(가명)가 과장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한다.

“선생님! 선생님! 오늘 기대하고 계세요!”

나는 약간 어이없는 표정으로 정호를 한참 바라보다, “정호야! 마스크 꼭 올려 쓰고, 줄 좀 맞추자!”라고 한소리를 했다. 정호는 뭐가 좋은지, 연신 웃으면서, 머리를 까딱까딱한다. 마스크를 올리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정호의 뒤쪽에서 바라보았다.

‘이 녀석, 왜 이리 기분이 좋은 거지?’

5개월 전, 10호 제과제빵반 담임이 된 후, 정호는 항상 나와 부딪히는 학생이었다. 생활관에서나, 검정고시 수업 때나, 시끄럽고 말 많은 학생이었다. 지금도 시끄럽고 말이 많다는 사실은 크게 변함이 없는 거 같다.

하루는 일이 터졌다. 생활실에서 복도 창문을 향해 소리를 치는 모습을 발견하고, 정호를 중앙현관으로 불렀다. 평소 정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던 나로서는 이번 기회에 태도를 고쳐볼 심산이었다. 단순히 벌점만 주고 끝내도 되는 일이지만,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싶어, 정호에게 생활실에서 큰소리로 소리치는 행위에 대해 호되게 나무랐다.

한참 나의 말을 듣고 있던 정호는 갑자기 “큰소리치는 게 그렇게 잘못되었습니까? 그냥 벌점 주시고 끝내십시오!”라고 큰소리를 쳤다.

주위에 있던 다른 선생님들이 달려 올 정도의 큰소리였다. 그 순간에 나는 선생님이라는 본분을 떠나서 더 큰소리를 쳤던 거 같다. 순간이나마, 당황스럽기도 했다.

화를 가라앉히고, 정호와 비어있는 신입반으로 들어가서 다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한참의 이야기 끝에 “정호야! 선생님이 너만 싫어해서 이렇게 지적한다고 생각하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녀석이 고개를 푹 숙이고 “선생님 제가 너무 예민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넙죽 사과하는 것이었다. 순간 한 꺼풀의 무엇인가 벗겨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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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훈련관 제과제빵 실습장에 학생들의 모습은 평상시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고, 계량하고 반죽하는 모습까지. 다만,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해야 할까, 당당하다고 해야 할까?

학생들은 평상시 자주 만들던 그리시니(긴 연필 모양의 이탈리아 빵)를 평소보다 짧은 길이로 만들고 있었다. 계량하고 반죽해서 숙성한 다음, 공모양의 작은 반죽을 손으로 밀어 막대모양으로 만든다,

길이는 평상시 길이의 반인 20cm로, 막대모양을 열심히 만들던 정호가 나를 보며, “선생님! 저 어깨 빠지겠어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엄살 섞인 말을 하고는, 다시 만드는 데 열중한다.

정호뿐만 아니라 학생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얼핏 보니 평상시 만들던 양보다 더 많이 만들고 있었다. 직업훈련 교사 선생님을 바라보았더니 한말씀하신다.

“선생님, 애들이 빼빼로데이에 선생님들 나눠주겠다고, 빼빼로 만들자고 하지 뭡니까.”

‘아! 이 녀석들, 왜 이리 싱글벙글 음흉한 미소를 짓나 했더니 이런 일을 꾸미고 있었구나!’

그날 생활관으로 돌아가는 정호의 가슴팍에는 초코를 바른 그리시니, 일명 스승을 위한 빼빼로가 큰 박스째로 들려있었다. 여전히 옆에 있는 학생과 장난치다가 옆에 계시는 다른 선생님께 꾸중 듣는 모습이 보였지만...

‘빼빼로 데이입니다. 한 개씩 가져가세요. 학생일동.’이라는 종이가 붙여진 빼빼로 박스는 대구소년원 상황실 앞 탁자 위에 당당히 놓였고, 제과제빵반 학생들은 11월 11일만큼은 “고마워! 잘 먹었어!”라는 말을 지겹도록 들었다.

얘들아! 빼빼로 잘 먹었어. 선생님은 너희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다. 어떤 어려움에도 조금만 더 힘내서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