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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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의 그늘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비행을...

법을 어기는 사람에서
법도, 국민도, 나라도 지키는
사람이 되기 위해 꿈을 찾아
힘차게 비상한 소년의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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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이 없는, 무미건조한 대상자 현준이

처음 현준(가명)이를 봤을 때, 윤기 없는 머리카락, 생기 없는 눈동자, 나무토막같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표정이었다. 10대에게 느껴지는 기대, 설렘, 자유 같은 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순히 보호관찰소에 출석해서가 아니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오토바이는 안 타는지, 야간에 외출은 안 하는지 물으니 여느 대상자처럼 안 한다고 답하지만, 담담하다. 용돈은 어떻게 마련하는지 얼마나 사용하는지 묻자, 전보다 더 담담하게 말한다.

“필요할 때 엄마한테 달라고 해요”
“한 달에 대충 얼마 정도 받아?”
“한 10만 원 정도..”
“10만 원? 교통비는 따로야?”
“아뇨, 포함해서요”

마음 속으로 답답함이 몰려오며 현준이의 범죄내용이 생각났다. ‘일천원권 3장 3,000원’. 현준이를 면담한 후에 조사서, 결정문, 심층면담지를 다시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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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법이 무엇인지 모르고, 지키지도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현준이는 둘째다. 형은 첫째라서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초등학교 2학년 때 8살 터울로 태어난 동생은 막내라는 이유로 또 다른 사랑과 관심을 받았단다. 둘째인 현준이는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칭찬받을 일도 없다보니 가족들 중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다쳐 어깨 수술을 하고 난 이후부터 집안이 너무 힘들어졌고 가족들은 아버지의 건강을 신경쓰기에 바빴다. 한창 사춘기를 겪던 현준이 곁에 있는 사람은 가족이 아닌 친구들이었다. 그것도 불량한 친구들...

친구들이 담배를 피우면 같이 피우고, 친구들이 오토바이를 타면 현준이도 타고, 친구들이 싸우면 현준이도 그곳에 항상 함께 있었다. 담배를 피우고 오토바이를 타고, 싸우는 건 그들 사이에선 놀이였고 현준이에게 친구들은 이야기를 하며 지낼 수 있는 울타리였고, 웃음을 주는 사람들이었다.

현준이는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어야 했지만, 성적이 너무 낮아 딱히 갈 곳이 없었다. 여러 학교를 수소문하던 중 우연히 태권도 특기생으로 특성화고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학교 생활에 실증이 난 현준이는 고등학교 생활도 적응하지 못했다. 친구들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고, 태권도 특기생으로 진학했지만 단 한번도 시합에 나가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에 부적응하던 차에 학교폭력으로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고 끝내 자퇴했다.

학교를 자퇴한 현준이는 다시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새 집은 더 힘들어져서 용돈도 전혀 받지 못하고, 밤마다 거리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 생활이 지속될수록 가족들과의 틈은 더욱 벌어졌다. 부모님은 쓴소리와 야단치는 일이 다반사였고 그럴 때마다 부모님께 대드는 일이 반복되었다.

‘경제적 상황이 많이 나쁘고, 부모와의 사이도 멀구나. 그래도 검정고시라도 준비해서 고등학교라도 졸업했으니 참 다행이다.’ 현준이의 대략적인 상황을 알게 된 후 답답함도 있었지만, 다행히 희망도 보였다. 현준이는 다른 무엇보다도 관심이 필요해 보였다.

현준이는 고등학교 자퇴 이후 주변의 권유로 검정고시를 준비했고 다행히도 시험에 합격하여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때마침 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원 모집 공고가 있어 현준이를 추천하였고 매달 10만원씩 10개월 동안 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었다. 더이상 무면허운전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무보호복지공단을 통해 일반직업훈련과정으로 1종 보통 운전면허 취득도 지원하였다.

무엇보다도 다른 보호관찰 대상자 면담 중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되어 후임자를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준이가 할 수 있도록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소개해 주었다. 다행히 이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력이 있었고, 싹싹한 태도가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바로 채용되었다.

주 2회 저녁시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월 40만원 정도 수입이 생기자 현준이의 생활은 물론 마음 씀씀이도 훨씬 여유로워졌다. 현준이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부모님께 모두 드렸다고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현준이의 그런 태도가 부모님의 마음을 녹이는 계기가 되었단다.

학기가 시작되면서 주중 근무가 어려워지자 성실히 일하는 현준이를 배려해 점주가 주말 근무로 변경해 주었고 야간 근무까지 더해 수입이 월 60만원 정도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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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어기던 사람에서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경찰과 직업군인에 관심이 많았던 현준이는 현재 2년제 대학에서 경찰경호를 배우고 있다.

공부에 재미를 못 느끼던 고등학교 때와는 사뭇 다르다. 관심 있는 분야 공부를 하면서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를 성실히 하는 모습에 가족이 가장 큰 후원자가 되었다. 가족은 현준이의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정보도 함께 찾는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가족이 울타리이자 웃음을 주는 친구가 되었다.

불면증이 심했던 현준이도 스스로 마음이 많이 편해지고, 부모님과 얼굴 보며 대화도 많이 하고, 자신을 도와준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잠을 잘 잔다는 말을 하면서 머쓱해 한다. 부모님도 현준이가 지금 같으면 문제 생길 일이 전혀 없다고 많이 달라졌다고 기뻐하신다.

현준이는 경찰과 군인 중에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선택을 하기 위해 올해 1학년을 마치고 군입대를 준비 중에 있다.

이 글을 쓰며 현준이와 짧은 통화를 했다.

“지금의 네 모습을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법을 어기던 사람에서 법을 지키는 사람이요.”
“하하. 많이 변했네,”
“경찰이든 군인이든 되면, 사람도 지키고 나라도 지키고 싶어요.”

이제 비행 청소년은 아니구나. 법을 지키며 성실히 생활하려는 네 꿈이 꼭 이루어지길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