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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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달리다!
대산학교 학생들의
아름다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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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과 자존감이 부족한 학생에게 마라톤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고, 완주라는 성공 경험을 통해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주기 위해 시작된 대산학교 학생의 아름다운 도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선생님, 제가 책에서 좋은 선생님은 실천으로 보여준다는 내용을 보고 이게 무슨 뜻일까?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그 의미를 알게 됐어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응원하며 함께 달려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릴 수 있었고 용기도 생겼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어른들을 믿지 못하는 아이

소망(가명)이는 초2 때 부모의 이혼으로 조모에게 맡겨졌으나, 건강이 좋지 못한 조모가 소망이를 책임지는 것은 무리였다. 초등학교 시절 소망이는 '지저분한 옷차림과 항상 눈치를 보고 주눅 들어 있는 아이'의 대명사였고 친구들은 그런 소망이를 괴롭힘의 대상으로 삼았다.
중1 때 조모가 사망하면서 소망이는 홀로 남겨졌으나 돌봐 줄 어른은 없었고, 부가 한 달에 1번 컵라면 한 박스를 사다 주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술을 마시고 소망이에게 심한 폭력을 행사하여 소망이에게 부는 그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이 무렵 학교에서도 소망이는 '전교생의 왕따'로 불리며 괴롭힘을 심하게 당해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조치가 없자 소망이는 세상과 어른들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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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다시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고1 때 부의 반복되는 주취 폭력을 눈치챈 담임교사가 부를 아동학대로 신고하여 소망이는 부와 격리되었고 청소년단기쉼터로 보내졌다. 소망이는 쉼터에서 지내는 6개월 동안 심리적 안정을 찾아갔고, 쉼터 교사들의 도움으로 모와도 연락이 되었다.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 온 소망이는 모가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했고 '나도 이제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그 기대는 금세 절망으로 바뀌었다. 모가 매일 술을 마시고 폭언과 폭력을 지속하자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낀 소망이는 가출을 선택했고 가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비행 청소년의 길로 들어섰다.
소망이는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매일 술에 의존하여 하루하루를 보내는 무의미한 일상이 지속하다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으나 이마저도 재범(주취폭력, 재물손괴)으로 보호처분이 변경되어 7호 처분을 받게 되었다.


소년원에서 길을 찾다

소망이는 2023. 7. 대전소년원에 오게 되었으나, 좀처럼 선생님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소망이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담임선생님은 소망이가 독서에 흥미가 있는 것을 알고 '소망아, 선생님이 책 추천해줘도 될까?'라고 묻자 소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은 고갯짓을 시작으로 소망이와 책에 관한 대화가 매일 이어졌고 소년원에 온 지 3개월이 지난 2023. 9. 소망이는 누가 묻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를 쓰고 선생님들의 피드백에 반응을 보였다.
변화된 소망이의 모습을 칭찬하자 "소년원 선생님들도 다른 어른들처럼 도와주는 척만 하다가 나중에는 모른 척할 거라는 불신이 있었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어른을 만나지 못해서 믿고 따르는 것이 어려웠다. 근데 이제는 아니다. 좋은 어른을 만난 기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함께 달리며 희망을 얻는다

이 무렵, 대전소년원에서는 의지력과 자존감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치료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라톤 대회 참가 프로그램'을 계획하였고, 소망이에게 프로그램 참여를 권유하자 소망이는 흔쾌히 "좋아요. 하고 싶어요."라며 참여 의사를 밝혔다.
2023. 9. 소망이를 포함한 학생 6명이 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한 훈련을 시작했고, 주 3회 기초체력 보강 운동, 러닝 자세, 오르막 훈련 등을 하며 마라톤 대회를 대비했다.
학생들은 훈련과정에서 체력적ㆍ 정신적 한계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소망이도 "제가 체력이 약해서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이 힘드시겠지만 저는 계속하고 싶어요."라며 의지를 드러내,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담당 선생님과 2개월가량의 훈련을 지속했다.
2023. 11. 12. 「제9회 아산 은행나무길 마라톤 대회」경기장에 도착한 학생 6명은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이었으나, 1:1 담당 선생님들과 동반으로 러닝을 하며 페이스를 찾아갔다.

그 결과 대회에 참여한 6명의 학생 모두 자신이 목표했던 마라톤 코스를 완주하여 메달을 목에 걸었고 한계를 극복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과 성취감도 얻을 수 있었다.
소망이는 "땀을 흘리고 뛰고 나면 몸도 마음도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무언가를 이룬 적은 처음이라 뿌듯하고 나 자신에게도 떳떳한 마음이 든다.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며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경험을 시작으로 소망이는 지금 소년원 퇴원 후 직업훈련 기술원 입소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소망아, 앞으로는 겁먹지 말고 천천히 달려보자. 선생님들은 언제나 너와 함께 달릴 준비가 되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