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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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살 지훈이의 작은 기적을 축하하며

폭력조직 OOO파 조직원에서 어엿한 대학생이 되기까지

폭력조직에 소속돼 비행을 반복하던 지훈이(가명)를 바르게 이끌어 대학에 진학시킨 한 소년보호관찰관의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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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얼굴에 굳게 다문 입술. 2019년 2월, 처음 지훈(가명)이를 만났을 때, 너는 어떤 질문에도 단답으로 대답하며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졌다.

자존심이 무척 강하지만 지체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것이 친구들 사이에서 알려졌을 때는 기분은 어땠을까? 네 마음이 어땠을지 난 짐작만 할뿐이었어.

아마도 OOO파라는 폭력 조직에 가담한 것도 자존심 강한 네가 또래관계에서 우위를 보이기 위한 선택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그런 선택이 아니어도 너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멋있고 매력 있는 너이기에

축구를 해보면 어떨까? 대전 시티즌 프로축구단에 요청해 청소년 축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너를 1호 회원으로 추천했다. 놀랍게도 너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성실히 수업에 따라와줬어. 운동에 소질이 있던 너는 축구동아리 안에서도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많은 친구들을 사귀어갔다.

자연스럽게 OOO파하고 거리를 두게 되었고 불과 6개월만에, OOO를 탈퇴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나에게 전하게 되었지. 뛸 듯이 기뻤다. 제 힘으로 폭력조직에서 나올 만큼 너는 빠른 속도로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었지. 축구 동아리가 마무리 될 무렵에는, 우수회원으로 뽑혀 20만원의 장학금을 받기까지 했어. 그렇게 다시 학업을 시작하겠다고 얘기했을 때 나는 정말 뭉클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너는 더 강렬하게 세상의 문을 열고 싶어했어. 나는 대전보호관찰협의회 보호관찰위원의 장학금, 사회독지가 기부금 장학금 후원 등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너를 도왔다.

지난해 말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올해 2020년 대전OO대학교 헤어뷰티과 합격증을 들고 왔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구나.

빛은 어둠 속에서 더 멀리 퍼진단다. 폭력에 빠졌던 많은 아이들이 너로 인해 더 밝고 새로운 길에 눈을 뜨게 될 거야. 너의 키다리아저씨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