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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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덩치에 맞게
살라고만 했습니다.

소년원 ‘업어치기 선생님’의 말 한마디

소년원에서까지 친구를 때려 징계를 두 번이나 받았던 학생을 포기하지 않고 경호원의 꿈을 심어준 어느 소년원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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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에 J소년원에서 인성이(가명)를 처음 만났다. 인성이는 소년원 동료들을 여러 차례 구타하여 징계를 2번이나 받은 학생이었다. 키는 185cm에 몸무게가 100kg에 육박했다. 신체적 위압감으로 약한 학생들을 괴롭혔다고 생각하니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인성이를 교육하며 부정적인 첫인상은 금방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다. 덩치가 크고 다혈질일 뿐이지 본래 심성이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 친구와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드는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 놓기도 했다.

“그럼 너의 꿈이 무엇이니?”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겠습니다”였다. 덩치만 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소년원 학생들 사이에서 ‘업어치기 선생님’으로 통한다. 학창 시절 유도선수로 생활했기에 운동 관련 이야기를 해주면 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다. 인성이도 그랬다.

인성이에게 “넌 덩치도 크고 힘도 좀 있는 것 같으니 경호원이 어울릴 것 같은데, 합기도 2단이니 꾸준히 운동하면 경호원이 적성에 잘 맞을 것 같다”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 다음 날부터 인성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선생님, 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경호원이 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나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인성이에게 제안을 했다. “네가 여기서 지급되는 과제물을 성실히 수행한다면 선생님이 매일 경호원 관련 정보와 대학교 경호학과에 관한 자료를 제공해 주마”라고 약속했다. 솔직히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것을 얻기 위해 참을성 없고 성격이 급했던 학생이 얼마나 버틸까 싶었다.

그러나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인성이는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을 보기 위해 다른 학생들보다 열심히 과제를 수행했다. 생활 태도는 말할 것도 없다. 깐깐하다고 소문난 교사들이 모두 칭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와 진로에 대해 상담할 때의 표정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모습이었고, 내가 보일 때마다 경호원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나 역시도 경호원에 대한 전문지식을 얻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정보를 찾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인성이는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에서 ‘경호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고, 어머니께서 ‘처음으로 우리 아들이 꿈이 생긴 것 같다.’라며 울먹이며 감사인사를 전할 때, 쑥스러움에 “그냥 덩치에 맞게 살라고만 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인성이와 머리를 맞대고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A항공 전문학교 경호학과’에 지원하기로 하였다. 매일 면접 예행연습을 하고 카메라로 가상면접까지 한 후 면접시험을 보고 그 학교에 합격하였다. 인성이는 ‘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라며 너무 기뻐했다.

징계는 커녕 벌점 1점도 없이 성실히 생활하던 인성이는 학교입학을 두고 임시퇴원으로 소년원을 나갔다. 주변 선생님들이 나에게 인성이를 바뀌게 만든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오곤 한다. 나는 그때마다 “그냥 덩치에 맞게 살라고만 했습니다”라고 답한다.